기차사진첩
<운전면허 그랜드슬램 도전기> 5. 원동기 운전면허 취득 본문
원동기 운전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응시가 가능하고, 기능시험 코스도 비교적 간단하여 시험시간이 2분이 채 안 된다. 그래서 2종보통 (수동) 운전면허와 함께 난도가 낮고 도전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필자는 원동기를 타볼 기회도 심지어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다. 바이크를 어떻게 가속하는지, 변속은 어떻게 하는지, 경적은 어떻게 울리는지를 아예 몰랐다. 그럼에도 일단 여러 차례의 낙방을 각오하고 부딪혀서,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기능시험을 6번 만에야 겨우겨우 합격하여 그 끝을 보았다.
1. 신체검사
원동기 운전면허 역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종보통의 하위면허이기 때문에, 하위면허를 응시하기 위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과정을 진행하여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3. 2종보통 (수동) 운전면허 취득 에서 설명하였다. 간단한 시력만 측정하는 검사라 소요 시간은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 학과시험
2종보통 학과시험을 응시한 직후 바로 원동기 학과시험을 응시하였다. 원동기 학과시험도 2종보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날에 모의고사를 3회 정도 풀어보고 합격선보다 높은 점수를 득점한다면 바로 응시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2종보통과는 결이 다른 것이 꽤 있기 때문에, 아예 준비를 안 하는 것보다는 어떤 형식의 문제가 출제되는지 모의고사를 통해 미리 살펴보는 것이 합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84점을 득점하여 여유롭게 합격하였다.
3. 기능시험
원동기 운전면허의 기능시험은 굴절, S자, 좁은길, 연속진로전환 이렇게 네 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가장 난도가 높은 코스는 굴절로, 굴절 코스만 통과하면 90%는 합격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러나 처음 응시했을 때는 바이크의 중심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스로틀을 얼마나 감아야 하는지, 핸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몰랐기에 굴절 코스에서 이탈은 물론 발터치까지 함으로써 10초 만에 불합격을 맛봤다. 이후에도 기능시험을 응시했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속도 조절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바퀴의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학습했지만 10초가량의 주행만으로는 절대 그것을 체득하기 힘들었다.
결국 벽을 느끼고 서부바이크연습장에서 3시간 동안 바이크 주행을 연습했다. 서부바이크연습장은 서부운전면허시험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연습 후 곧바로 시험을 응시하기가 좋다. 비록 실제 시험장과 완전히 동일한 코스로 구성돼 있지는 않지만 가장 난도가 높은 굴절, 좁은길 코스를 순환하면서 주행할 수 있어 감각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한적한 평일 낮에 방문하였는데, 사람도 필자 포함 두세 명 정도라서 쾌적하게 연습할 수 있었다. 처음 한 시간은 바이크를 적응하는 데 초점을 둬서 탈선, 발터치를 빈번히 하였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니 코스를 여유롭게 돌 수 있었고 속도도 내볼 수 있었다. 같은 모델의 바이크라도 여러 대가 있어 바이크마다 핸들이 얼마나 무거운지, 스로틀은 얼마나 감아야 하는지 등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실제로 같은 모델이라도 연식이나 컨디션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기에 여러 대를 골고루 연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주행하다 탈선 여부를 직감 외에는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필자는 아예 폰을 거치해 놓고 굴절 코스에서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촬영하여 체크했다. 이것이 교정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연습 직후 곧바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시험을 응시했음에도 합격하지 못했다. 첫 번째 좌굴절에서 핸들을 너무 늦게 꺾은 나머지 코스이탈로 실격이 된 것이다. 여기서 많은 상실감을 느꼈다. 연습만이 계속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최후의 수단으로 학원을 등록하는 것도 고려할 뻔했다. 그러나 시간이 비는 날,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거리가 더 가까워 여기서 처음 응시를 해봤는데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 기분을 느꼈다. 출발 지점과 굴절 코스 사이의 거리가 훨씬 길어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불합격되더라도 출발 지점까지 본인이 직접 주행하여야 한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도봉에서도 불합격하였지만 여기서부터 두세 번 정도 더 응시한다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총 여섯 번째 시도 만에 굴절 코스를 탈선 하나만 감점당하며 통과하였다. S자는 처음 시도해 보는 코스였지만 바퀴의 진행 방향만을 잘 고려한다면 탈선하기 어려운 코스이고, 좁은길 코스 역시 스로틀을 상당히 당기면서 속도를 내면 중심을 잃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월했다. 연속진로전환 코스는 가장 난도가 쉬운 코스라 특별히 설명할 부분이 없다. 그냥 여기에 들어서자마자 신중히 도착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드디어 합격했다는 감격에 잠겼다. 여태껏 시험을 응시하면서 이만큼 기뻤던 적은 거의 손에 꼽는 것 같다. 추가로 첨언하자면 보통 원동기 기능시험의 합격률이 절반 언저리 정도 됐는데, 합격을 맛봤던 당일에는 7~80% 정도나 합격한 것 같다..!
1트) 탈선 -10 발터치 -10 : 불합격
2트) 탈선 -10 발터치 -10 : 불합격
3트) 코스이탈 : 실격
4트) 탈선 -10 탈선 -10 : 불합격
5트) 탈선 -10 탈선 -10 : 불합격
6트) 탈선 -10 : 합격
4. 마무리
혹자는 자전거만 탈 줄 안다면 원동기 운전면허는 그냥 딴다고들 한다. 그러나 내 경험을 비춰보면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핸들의 무게감이 자전거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기어를 넣는 방법, 가속을 하는 방법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굴절 코스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쉬운 합격과는 거리가 먼,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필자와 같이 바이크를 처음 타는 입장에서는, 연습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바이크에 적응하거나 혹은 시험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응시하며 감을 꾸준히 잡지 않는 이상 쉽게 면허를 취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원동기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새로운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2종소형 운전면허는 도저히 독학으로 취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6. 2종소형 운전면허 취득 에서 후술하겠지만, 원동기 운전면허를 취득한 상태에서 2종 소형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한다면 수강료가 거의 반값으로 줄어든다. 필자가 바이크에 재미를 느꼈다면 직접 부딪히면서 도전하는 것이 더 의미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목표는 운전면허 그랜드슬램 달성이므로 빠른 취득을 위하여 학원에 등록하고자 임시의 개념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필요가 없어 선택하지 않았고 종전의 운전면허증 발급비용은 국문이 8,000원, 영문이 10,000원이었으나 국문도 10,000원으로 인상되면서 그냥 영문 운전면허증으로 발급받았다.
응시료
신체검사 : 6,000원
학과시험 : 8,000원
기능시험 : 10,000 * 6 = 60,000원
서부바이크연습장 3시간 대여 (2+1) : 70,000원
면허증 발급비용 (영문) : 10,000원
총 15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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